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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소서

 

당신의 깊어 가는 머리 숲에

무심히 날아와 앉는 티,

검불하나에도

나는 떨리는 애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담담히 지극히 의젓하게

나는

걸어갈 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할 것이며

냉정하게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들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지도 않을 것이며

되돌아가지도 못할 것입니다.

 

당신을 향한 내 발자욱은

내 생애 전 질량의 정성과 묵도로써

여기 머물러 있겠습니다.

당신이 언제고 나를 알아보고

찾아오실 수 있게

나래짓하며 서 있겠습니다.

 

유원한 시간에 떠밀려

내가 저쪽 강 언덕에

홀로 남아 표류하게 된다 하여도

나는

지난날을 지난날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에게는 지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솔직하지 못합니다.

나보다

타인을 먼저 의식하고 주저하며

겁을 내며

체념하며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내가 걷는 사랑의 길은

매우 아득히 멀고 희망이 희박합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스스럼없이 내왕하며 공존하는

초시간적인 공간이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회억의 즐거운 간수이며

기다림의 명수이며

그들의 숙명적인 친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을

나는 당신께 속일 것이며

절망 속에 나를 던져 부서지는

어둠을 응시할 것입니다.

 

내가 그리는 크고 작은 그림,

어느 배경에,

혹은 원경으로 혹은 근경으로

당신이 스쳐 지나지 않는 곳이 있었던가요?

 

사랑하는 이여!

당신을 바라보는

내 시력의 범주 안에서 순수의 나무가 자라고

억만 년이 가도 우리들의 관계에는

권태심이란 어떤 종류의 것이든지

움도 싹도 보이지 않게 되기를,

실망이 없게 되기를 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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